푸드 마일은 무엇을 재는가
푸드 마일(Food miles)은 식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이동한 거리를 뜻한다. 무게까지 곱해 톤킬로미터(t·km)로 계산하면, 같은 거리라도 많은 양을 옮긴 흐름이 더 크게 잡힌다.
이 지표는 식품이 얼마나 멀리 이동했는지를 묻는 데 유용하다. 다만 거리가 곧 탄소배출량은 아니다. 같은 토마토라도 난방온실에서 길렀는지, 제철 노지에서 길렀는지, 항공·트럭·선박 중 무엇으로 옮겼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거리만으로 탄소를 판단할 수 없는 이유
푸드 마일을 둘러싼 수치가 엇갈리는 이유는 계산의 경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Poore와 Nemecek의 전과정평가 자료를 인용한 IPCC는 식품 관련 온실가스에서 운송 비중을 대체로 5~6%로 설명한다. 반면 국내·국제 운송과 상류 공급망을 넓게 포함한 Li 등의 2022년 연구는 식품 이동 관련 배출을 전체 식품시스템 배출의 약 19%로 추정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첫 수치는 많은 식품에서 생산 단계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둘째 수치는 식품 이동을 좁게 잡으면 배출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가까우면 저탄소”, “배로 오면 괜찮다”는 식의 판단은 모두 불충분하다.
| 확인할 것 | 왜 중요한가 | 예시 질문 |
|---|---|---|
| 생산 방식 | 난방·사료·비료·토지이용이 전체 배출을 크게 바꾼다. | 제철 노지 재배인가, 에너지 집약적 시설재배인가? |
| 운송수단 | 같은 거리라도 항공과 해상·철도의 배출 강도는 다르다. | 신선도를 위해 항공 운송이 필요한 품목인가? |
| 유통 과정 | 냉장·저장·소매 단계와 폐기량도 식품의 발자국에 포함된다. | 필요 이상으로 사서 버리는 양은 없는가? |
| 공급망 구조 | 탄소와 별개로 특정 국가·경로에 대한 의존은 수급 위험이 될 수 있다. | 대체 산지와 비축·조달 경로가 있는가? |
한국에서 푸드 마일이 던지는 질문
한국에서는 푸드 마일을 탄소 지표 하나로 쓰기보다, 식량 공급망을 읽는 출발점으로 보는 편이 낫다. 식량자급률과 품목별 양곡자급률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별도로 관리한다. 이 통계는 어떤 품목을 얼마나 해외 조달에 의존하는지 확인하는 데 쓰이고, 푸드 마일은 그 조달이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묻는다.
국내 생산 기반도 함께 봐야 한다. 통계청의 2025년 조사에서 전국 경지면적은 149만 9,911ha로, 2024년보다 4,704ha(0.3%) 줄었다. 이 수치가 곧바로 특정 식품의 수입량이나 탄소배출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본 지표다.
그래서 식량안보의 질문은 “얼마나 가까운가”보다 “어떤 품목을 어느 경로에 얼마나 의존하는가, 그 경로가 흔들릴 때 대안이 있는가”에 가깝다. 지역 생산은 탄소의 만능 해법이 아니라, 조달 경로를 다양화하고 생산·유통의 선택지를 남기는 한 방식이다.
식탁에서 할 수 있는 판단
기후를 생각한다면
원산지만 보고 결정하지 말고 제철·생산 방식·운송 조건을 함께 보자. 특히 신선도를 위해 항공 운송될 가능성이 큰 품목은 거리가 중요한 변수다. 반대로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 사고 남기지 않는 선택은 생산지와 관계없이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식량안보를 생각한다면
국산을 고르는 이유와 탄소를 고르는 이유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국내산 구매는 국내 생산·유통 기반을 지지할 수 있지만, 모든 품목에서 자동으로 더 낮은 탄소배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품목별 자급 여건과 생산 조건을 함께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지역을 생각한다면
로컬푸드와 지역 급식은 이동거리만 줄이는 사업이 아니다. 생산자·소비자·급식·유통 주체가 지역 안에서 거래할 통로를 만드는 일이다. 그 통로가 유지되려면 가격, 물량, 계절성, 조달 안정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수업이나 토론에서 쓸 질문
- 같은 품목이라도 어떤 조건에서 국내산보다 수입산의 탄소가 낮을 수 있을까?
- 학교급식이 지역 농산물을 늘리려면 가격 외에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 탄소·가격·식량안보가 서로 다른 선택을 가리킬 때, 무엇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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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IPCC. (2022). Climate Change 2022: Mitigation of Climate Change, Chapter 12.
- Li, M., Jia, N., Lenzen, M. et al. (2022). Global food-miles account for nearly 20% of total food-systems emissions. Nature Food, 3, 445–453.
- Poore, J. & Nemecek, T. (2018). Reducing food’s environmental impacts through producers and consumers. Science, 360, 987–992.
- 통계청. (2026). 2025년 경지면적조사 결과.
- 농림축산식품부. 양곡자급률 공공데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