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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농경지에서 작물을 수확하며 이동하는 대형 콤바인의 모습
KIFC 리포트 /

농가를 세는 나라, 노동을 세는 나라 — 한·일·독 농업고용 통계

저자(사)식량과기후
최종 수정일

농업정책 비교는 대개 예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제도는 측정할 수 있는 것 위에만 세울 수 있다. 무엇을 세는지가 정해지는 순간, 무엇에 지급할 수 있는지도 정해진다.

앞선 글 「농가에서 경영체로」는 한국이 가구(농가)를, 일본·EU·미국이 경영체를 기본 단위로 삼는다는 차이를 다뤘다. 여기서는 그 뒤의 층을 본다. 세 나라가 농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각각 어떻게 세는가, 그리고 그 측정 방식이 왜 직불제 설계의 불일치로 이어졌는가다.

독일 — 사람 수와 일의 양을 따로 센다

독일의 2023년 농업구조조사(Agrarstrukturerhebung)는 농업경영체 25만 5천 개, 경영 농지 1,660만 ha, 경영체당 평균 65.0ha를 보고한다. 여기까지는 한국·일본 통계와 형식이 같다. 다른 것은 노동을 보고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농업 노동력을 가족노동력·상시고용·계절노동 세 갈래로 나누고, 각 갈래를 사람 수노동단위(AK-E, Arbeitskrafteinheit) 두 축으로 동시에 발표한다. 노동단위는 시간제·단기 노동을 전일 노동으로 환산한 값이다. EU 공통 개념인 연간노동단위(AWU)는 회원국 규정이 따로 없으면 연 1,800시간의 전일 노동을 1단위로 본다(Eurostat).

계절노동자는 24만 2,800명으로 상시고용(23만 4,800명)보다 많다. 그런데 노동량은 5만 4,400단위로 상시고용(17만 4,500단위)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계절노동이 6개월 미만 계약으로 정의되는 탓에 1인당 투입이 0.22단위에 그치기 때문이다.

반대 방향으로도 읽힌다. 가족노동력은 1인당 0.57단위, 상시고용은 0.74단위다. 독일 농업에서 전업에 가장 가까운 집단은 가족이 아니라 고용된 상시 노동자다. 사람 수만 세는 통계로는 여기에 닿지 못한다.

이렇게 세어 두면 정책 질문이 구체적으로 선다. 계절노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어디인지, 상시 일자리가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 최저임금 변화가 어느 갈래를 흔드는지를 같은 표에서 읽는다. 2020년에서 2023년 사이 계절노동은 3만 2천 명(−12%), 가족노동력은 3만 6천 명(−8%) 줄었다.

일본 — 목적별로 다른 그릇을 미리 만든다

일본은 2005년 농림업센서스에서 세대 단위 파악을 농업경영체 중심으로 바꿨고, 2020년부터는 판매농가 자리를 개인경영체가 대체했다. 2025년 확정값 기준 농업경영체는 82만 8천으로, 개인경영체 78만 9천과 단체경영체 3만 9천으로 나뉜다. 단체경영체 가운데 법인경영체는 3만 3천으로 5년 전보다 7.9% 늘었다.

경영 단위는 여기까지다. 일본 통계는 그 옆에 가구 단위 분류를 따로 유지한다. 농가를 판매농가와 자급적 농가로 나누고, 농가 기준에 못 미치지만 농지를 가진 세대를 토지보유 비농가로 별도 집계한다.

노동도 층위로 센다. 2025년 개인경영체의 기간적 농업종사자(基幹的農業従事者, 주된 직업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는 103만 6천 명, 평균 연령 67.7세, 65세 이상 비중 69.6%다. 2000년의 240만 명에서 25년간 56.8% 줄었다. 그 아래에 상시고용(常雇)과 임시고용이 별도 항목으로 놓인다.

진입 경로도 세 갈래로 센다. 2022년 신규취농자 4만 5,840명 가운데 신규자영농업취농자가 3만 1,400명(68.5%), 신규고용취농자가 1만 570명(23.1%), 신규참입자가 3,870명(8.4%)이다. 가족 승계가 아닌 경로가 31.5%. 이 분류가 없으면 나오지 않는 숫자다.

한국 — 하나의 그릇에 전부 담는다

한국의 농가는 정의가 하나다. 경지 1,000㎡ 이상이거나 연간 농산물 판매액 120만 원 이상인 가구다. 그 아래의 전·겸업, 경지 규모, 판매금액 구분은 특성별 분류일 뿐, 정책 대상을 나누기 위한 설계가 아니다. 일본의 자급적 농가나 토지보유 비농가에 대응하는 범주는 없다.

노동은 사실상 측정되지 않는다. 농가인구는 가구원 수이고, 피고용자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상시·임시·계절 구분도, 노동시간을 전일로 환산한 지표도 없다. 그 결과 한국 농업 노동력의 상당 부분이 구조통계 바깥에 놓인다.

공백의 크기는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2026년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10만 9,100명 배정했다. 2025년 9만 6천 명보다 14.1% 늘었다. 전국 142개 지자체의 농·어가 2만 8천여 곳에 9만 4,100명이 배치되고, 나머지는 예비 탄력분이다. 이 가운데 농업 계절근로자가 8만 7,375명이다.

미등록 인력은 이 숫자에도 들어 있지 않다. 엄진영 외의 조사에서 작물재배업 외국인 고용 농가의 91.0%가 미등록 근로자를 함께 고용하고 있었다. 축산업은 44.2%였다. 등록 인력보다 미등록 인력이 앞선다는 현장 보고가 이어지지만, 공급 규모와 고용 형태를 파악한 공식 통계는 없다.

독일은 계절노동자 24만 2,800명을 세고 그것이 5만 4,400 노동단위임을 밝힌다. 한국은 10만 9,100명을 배정하고 그 사람들을 0으로 센다. 농가당 소득, 농가당 예산, 평균 경지면적은 모두 이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계산된 값이다.

표 1. 세 나라가 농업 노동을 재는 방식
구분독일 (EU)일본한국
기본 집계 단위농업경영체 25만 5천농업경영체 82만 8천농가 124만 2천
노동 측정 축사람 수 + 노동단위(AK-E) 2축사람 수, 종사 층위별가구원 수(농가인구)
고용 노동 분류가족 · 상시 · 계절 3분류기간적 종사자 · 상시고용 · 임시분류 없음
전업성 판별노동단위 환산(연 1,800시간 기준)기간적 농업종사자 103만 6천전업·겸업 이분
계절·외국인 노동계절노동 별도 집계(6개월 미만 계약)고용 항목에 포함구조통계에 미포함
농지 보유 비농업 세대해당 범주 없음토지보유 비농가 별도 집계해당 범주 없음
진입 경로 분류청년농 지표 별도 관리자영 · 고용 · 참입 3분류분류 없음

무엇을 세느냐가 무엇을 목표로 삼느냐를 정한다

측정 항목은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다. 통계에 있는 값만 목표가 될 수 있고, 통계에 있는 값만 성과로 보고될 수 있다.

불일치 — 구조는 일본을 닮았는데 직불은 EU를 따랐다

한국 농업의 물리적·제도적 조건은 일본에 가깝다. 경영 단위당 경지는 한국 1.54ha, 일본 3.6ha인 반면 독일은 65.0ha다. 주곡이 쌀이고, 청과물이 도매시장을 크게 경유하며, 신용과 경제사업을 함께 하는 종합농협이 존재한다는 점도 일본과 겹친다.

표 2. 구조는 일본 쪽, 직불 설계는 EU 쪽
항목한국일본독일 (EU)
경영 단위당 경지1.54ha3.6ha65.0ha
주곡밀 · 유채 등
청과 유통 경로도매시장 중심집출하단체 판매액의 81.1%가 도매시장소매체인 직거래 중심
협동조합 형태종합농협(신용+경제)종합 JA(신용+공제+경제)품목별 전문협동조합
기본직불 구성면적 기반 + 소농 정액 + 준수사항담당자·집락영농 선별 + 품목별 경영안정면적 기반(BISS) + 재분배(CRISS) + 에코스킴
지급이 향하는 단위농가 · 농업인인정농업자 · 집락영농 등 경영체경영체가 신고한 헥타르
세대교체 전용 트랙없음(별도 사업으로 분산)담당자 육성 체계청년농 보완지원(CIS-YF)

그런데 2020년 도입된 공익직불제의 부품은 EU에서 왔다. 면적 기반 기본직불은 EU 기본소득지원(BISS)에, 소농 정액직불은 소농 정액제(Small Farmers Scheme)에, 준수사항은 조건성(Conditionality)에 대응한다. EU 직불제의 여섯 칸 구조와 나란히 놓으면 계보가 분명하다. 반면 일본이 고른 길은 담당자 선별과 품목별 경영안정, 지정산지 채소가격안정이었다(한·일 직불금, 총액보다 설계다).

왜 구조가 가까운 쪽이 아니라 먼 쪽의 설계를 가져왔는가. 네 가지가 겹쳤다.

첫째, WTO 정합성이다. 쌀 변동직불이 감축대상보조로 분류될 위험에서 벗어나야 했고, 생산과 분리된 직불의 국제 선례는 EU가 만들어 두고 있었다. 이미 검증된 설계를 옮기는 편이 새 설계를 방어하는 것보다 쉬웠다.

둘째, 정치적 수용성이다. 일본형은 담당자로 인정받은 경영체에 지원을 몰아주는 선별 구조다. 선별은 탈락자를 만든다. 반면 면적 비례에 소농 정액을 얹은 EU형은 거의 모두에게 무언가가 돌아가는 보편 구조로 설명할 수 있었다.

셋째, 집행할 수 있는 데이터가 면적밖에 없었다. 이것이 결정적이다. 담당자에게 선별 지급하려면 경영 성과와 노동 투입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에는 경영체 단위 센서스와 종사자 층위 통계가 있고, EU에는 경영체별 노동단위와 필지 식별 체계가 있다. 한국이 확실히 쥐고 있던 것은 농지대장과 경영체 등록의 면적뿐이었다. 고용 인원도, 노동시간도, 실제 경작 주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면적 외의 기준으로 설계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았다. 통계의 공백이 정책 선택지를 먼저 좁힌 것이다.

넷째, 농업을 바라보는 인식이다. 농업을 산업이 아니라 소득·복지 문제로 보면 지급 대상은 사업체가 아니라 가구가 된다. 한국이 EU에서 부품을 가져오면서도 그것을 헥타르가 아니라 농가에 얹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백은 두 방향으로 남았다. EU에는 있는 세대교체 전용 트랙이 한국에는 없고, 일본에는 있는 담당자 육성 체계도 없다. 면적 원칙마저 소농 정액과 역진 단가로 희석됐다. 규모의 함정은 이 조합에서 나온다.

바꿔야 할 것 — 제도보다 자를 먼저

새 직불제나 새 청년정책을 설계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설계하려는 정책의 대상과 성과를 지금 측정할 수 있는가다. 측정할 수 없으면 그 정책은 결국 측정 가능한 것으로 대체된다. 지난 20년 동안 면적과 농가 수로 대체돼 온 것처럼.

표 3. 통계 개편 다섯 항목
항목참고 모델필요한 작업
1. 농가를 목적별로 분리일본 판매농가 · 자급적 농가 · 토지보유 비농가총조사 조사표에 판매 규모와 농지 보유 여부에 따른 층위를 두고, 층위별로 결과를 공표
2. 노동단위 지표 신설EU 연간노동단위(AWU) · 독일 AK-E가족 · 상시 · 계절 3분류를 두고 사람 수와 전일 환산치를 함께 집계
3. 경영체를 정식 통계로일본 농업경영체 센서스농업경영체 등록정보를 국가통계포털 정식 지표로 전환하고 농가 통계와 연결표 제공
4. 외국인 고용 실태 파악독일 계절노동 별도 집계계절근로·고용허가·미등록을 포함한 농업 고용 실태를 정기 조사로 편성
5. 성과지표 교체EU 세대교체 목표 · 일본 담당자 지표농가 수 대신 종사자 수, 신규 진입 경로별 인원, 세대교체율, 경영체 사업소득을 성과지표로

3번이 가장 싸게 시작된다.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는 이미 존재하고 직불금 집행의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이것을 정식 통계 지표로 올리고 농가 통계와의 연결표를 함께 내는 일은 새 조사를 설계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다(비교 가능한 통계가 정책의 출발점이다).

급한 것은 4번이다. 10만 9,100명을 배정해 놓고 그 사람들이 어느 품목에서 몇 시간을 일하는지 모른다. 이 상태에서는 인력정책도, 품목별 경쟁력 분석도, 농가 경영비 추계도 정확할 수 없다.

1번과 5번은 오래 걸린다. 농가를 층위로 나누는 일은 통계 작업이면서 동시에 정책 대상을 공개적으로 구분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5년에 그 선언을 했다. 20년이 지났고, 한국은 아직 하지 않았다.

무엇을 지원할지 정하기 전에 무엇을 볼 수 있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자기 농업의 절반을 보지 못한다. 정책 제안은 그 절반을 시야에 넣은 다음의 일이다.

함께해주세요

식량과기후는 농업 노동·고용 통계와 직불제 설계에 관한 정책 제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되는 고용 실태와 빠진 지표를 보내주시면 다음 판본에 반영하겠습니다.

참고문헌

Statistisches Bundesamt, “7 % weniger Arbeitskräfte in der Landwirtschaft von 2020 bis 2023”(2024) — 농업 노동력 87만 5,900명, 경영체 25만 5천, 경영체당 3.4명.

Statistisches Bundesamt, “28 % aller Arbeitskräfte in der Landwirtschaft waren 2023 Saisonarbeitskräfte”(2025) — 계절노동 24만 2,800명과 비중.

BMEL-Statistik, 「Arbeitskräfte in der Landwirtschaft」 — 가족·상시·계절 노동력의 인원과 AK-E, 총 45만 7,200 노동단위.

Eurostat, “Farmers and the agricultural labour force — statistics” — 연간노동단위(AWU) 정의와 연 1,800시간 기준.

Statistisches Bundesamt, “Agrarstrukturerhebung 2023”(2024) — 경영 농지 1,660만 ha, 경영체당 평균 65.0ha.

農林水産省, 「2025年農林業センサス」 — 농업경영체 82만 8천, 개인 78만 9천, 단체 3만 9천, 법인 3만 3천, 기간적 농업종사자 103만 6천.

農林水産省, 「農林業センサス等に用いる用語の解説」 — 판매농가·자급적 농가·토지보유 비농가의 기준.

農林水産省, 「令和4年新規就農者調査結果」(2023) — 신규취농자 4만 5,840명의 경로별 구성.

국가데이터처, 「2025 농림어업총조사 잠정 결과」(2026) — 농가 124만 2천 가구, 조사명부 확대, 경영주 평균 연령 67.7세.

통계청, 「2024년 농림어업조사 결과」(2025) — 농가 97만 4천 호, 농가인구 구조.

농림축산식품부, 「정부, 2026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10만 9천 명 배정」(2025) — 배정 10만 9,100명, 농업 8만 7,375명, 142개 지자체 2만 8천여 농·어가.

엄진영 외, 「농업부문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실태와 과제」 — 작물재배업 91.0%, 축산업 44.2%의 미등록 인력 고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의 공익적 역할 제고를 위한 직불제 개편과 과제」(2020) — 공익직불제 도입 배경과 EU 직불제 참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U 직불제 개편 동향과 시사점」(2021) — BISS·CRISS·에코스킴·소농 정액제 구성.

農林水産省, 「2022년 식품유통단계별 가격형성조사·청과물」 — 집출하단체 판매금액의 도매시장 비중 81.1%.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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